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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토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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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향지기 댓글 0건 조회 3,576회 작성일 18-12-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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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토큰]

 

93년 신학대학교 새내기 시절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셨다. 안산에서 서울 삼각지에 있는 맹인교회로 주일을 지키러 가던 날이었다. 나는 주일학교 교사로, 어머니는 성가대원으로, 형님은 교회 차량 운전봉사로 서둘러 아침 일찍 교회를 가고 있었다. 그 날 비가 조금씩 내려 노면이 젖어있던 상태였는데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당시 중앙선 침범은 형사 처분 대상이었다. 형님은 교도소에 갔고,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계셨다. 나는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형님 옥바라지에 어머니 병수발에 생활비를 위한 아르바이트에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쳐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집 청소와 밀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물어보신다.

"안산에서도 토큰을 사용할 수 있냐?"

당시 안산은 토큰이 아닌 버스표를 쓰던 시절이었다.

"아니요. 그런데 토큰은 왜요?"

"현이네 부모님이 다녀가셨는데 토큰을 주고 가셨네."

"? 토큰을요?"

 

우리 부모님이나 현이네 부모님은 다 맹인이시다. 우리는 안산에서 침술원을 했고, 현이네는 서울에서 전철을 타시며 구걸을 하셨다.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되어 집에 누워있으니 문병차 찾아 오셨는데, 당시 4호선 끝이었던 창동역에서 타서 4호선 이쪽 끝이던 안산역까지 오시면서, 1번칸에 타서 끝칸에서 내리고 다시 끝칸에서 타서 1번칸에서 내리기를 반복하시며 구걸을 해 오셨다. 그 구걸해서 모은 돈 안에 토큰이 몇 개 있었다. 현이네는 다시 구걸하면서 집에 갔을 것이다.

 

설거지 하던 내 손은 떨렸고, 코끝은 뜨거웠다. 거품이 묻은 그릇들이 내 눈물에 씻겨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 아픔도 조금씩 씻겨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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